가슴으로 이야기하는 내 친구 원치승에게
너가 보낸 편지는 나른한 봄날 오후에 정신이 번쩍들게 하는 청량제이자 아련한 과거로 나를 보내는 너무나 기분 좋은 편지였다. 우리가 치열하게 보냈던 시대가 이제는 남의 이야기가 되어 버린,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너무나 변해버린 시대가 되었구나.
힘들고 지칠 때 우리가 함께 했던 그 시절이 너무나 그립다.네가 편지를 보낸다기에 혹시 결혼 청첩장이 아닐까 은근히 기대를 했었는데, 사업계획서를 보내왔더구나. 이것은 단순히 사업계획서가 아니라 거창한 미래를 설계하는 한명의 몽상가를 보는 듯한 착각이 일게 하는 편지였다. 어쨌거나 결혼 청첩장이나 사업계획서나 시작하는 것은 매한가지. 이제 출발선에 서서 앞을 꼬나보고 서서히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자세를 갖춘 것 같구나.
우리가 대학을 졸업하고 서로 헤어진지도 어느덧 5년, 그 세월동안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서로의 갈 길을 가느라고 소주 한 잔 제대로 나누어 보지도 못하고 너의 사업계획서 아니 너의 미래의 청사진을 통해 너를 이해하고 너의 아픔과 너의 꿈을 느꼈다. 내가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사고가 커져버린 너를 보면서 너의 이상이 실현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지금의 시기가 너무나 힘들고 견디기 어렵다 하더라도 너 정도의 가슴을 가진 놈이라면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고 본다. 얼굴만 삭은 줄 알았더니 이제는 포부도 진국으로 삭아 너무나 멋진 놈이 되었구나.
일간 짬을 내어 찐한 소주 한 잔 하자. 그때 못다한 너의 열정어린 이야기를 듣고 싶구나. 힘 내라.
1998년 4월 쇠가 들어 있는 날 오후에 86학번 정우회동기 김완중
한창 어려운 시기에......
親友로부터 날라온 편지 내용입니다.
지금도 가끔 들춰보는 이 벗으로부터 온 편지는,
저에게 있어서도 항상 깨어있게 하는 청량제(淸凉劑)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벌써 애틋하게 지나쳐 버린 학창시절......
하지만 순수한 젊은 날에 만났던 친구와는 얘기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살더라도 ‘최고의 善’은
그때 그 ‘믿음’과 ‘열정’이었다”라고......
완중아! 네가 말한 미래계획.
더 삭히고 있는 중이니까
연락 자주 못해도 이해해라.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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